삼세번- 75년 동안 그가 경험한 세 번의 기적 이야기~ 다니엘최 화제의 신간 도서









어느 날은 나 혼자서 갈곶리까지 가야 했다. 아마도 반 청소 당번이었을 것이다. 그날도 혹시 미군 트럭이 오지 않나 하고 연신 뒤를 돌아보며 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군 트럭 한 대가 서더니 타라고 한다. 그것도 짐칸이 아닌 앞자리에 말이다. 나는 기쁜 마음에 잽싸게 올라탔다. 그런데 미군 병사는 오산과 갈곶리의 중간쯤 되는 곳에 차를 세우더니 따라 내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덜컥 겁도 났지만 1학년 어린아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미군은 나를 길옆의 논 가운데로 데리고 가서 바지를 훌떡 내리더니 자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주변으로 시커먼 털이 난 미군 병사의 자지에는 누런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미군은 나에게 자기 자지를 만져보라고 했다. 충격도 그런 충격이 없었다.
-‘자지에 반지를 낀 미군’ 중에서
병이 아주 깊어진 1958년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사촌형이 어머니 병문안을 왔다. 사촌형은 누나보다 한 살이 더 많았으니까 그때 스물다섯 살이었다. 사촌형은 병문안을 오면서 오산에서 앙꼬빵을 사 왔다. 누런 봉투에 네 개가 들어 있었는데, 엄마는 병이 깊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때였다. 사촌형이 엄마에게 빵을 권하자, 엄마는 한입을 베어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바로 앞에서 침을 꼴깍거리며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로 그걸 내밀었다. 나는 그걸 냉큼 받아서 먹고는 또 빵 봉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두 번째 빵도, 세 번째 빵도, 그리고 네 번째 빵도 결국은 다 내가 먹어 치웠다. 한참 자랄 아홉 살 나이였으니 얼마나 식욕이 왕성했겠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빵이라는 것을 생전 처음 본 코흘리개 아이가 이것저것을 생각할 겨를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나서 엄마는 보름도 더 살지 못하고 돌아가셨던 것 같다. 빵을 사 온 때가 여름이었고 엄마가 돌아가신 계절도 여름이었으니까. 그래도 어린 마음에 양심은 있었던가 보다. 20리(8km) 길을 울며불며 따라가는 어린 나를 보면서 동네 사람들도 함께 울었다고 했다. 그러나 울어 본들 무슨 소용일까?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 ‘사촌형의 앙꼬빵과 엄마의 죽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