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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이 책은 당신의 치밀어 오르는 화를 잠재울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울어도 좋다" 찰스 디킨스 스테디셀러 소설~ 추천

좋은책 찾아~ 2024. 11. 2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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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항상 저를 슬프게 하죠.” 노인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내가 갑자기 흥분하며 말했다. “아기나 다름없는 어린아이를 혹독한 현실로 내몰 생각을 하는 것이 항상 저를 슬프게 합니다. 하늘이 어린아이에게 준 최고의 선물인 자신감과 순수함을 빼앗고, 어른의 기쁨을 알기도 전에 어른의 슬픔을 먼저 경험하도록 강요하는 겁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그의 까만 눈동자는 음흉하고 교활했고, 입과 턱은 거친 굵은 수염으로 가시가 돋친 듯했으며, 피부색은 한 번도 세수를 안 했거나 아파 보이는 그런 종류의 하나였다. 무엇보다 그의 기이한 표정에 보탬이 된 것은 섬뜩한 미소였는데, 기분이 좋거나 만족에서 나오는 미소가 아니라 습관처럼 입가에 굳어진 듯했고, 그런 미소를 지을 때마다 흉측한 송곳니가 입 밖으로 드러나 개가 침을 흘리는 모습 같았다.

대체로 양심은 탄력적이고 유연한 물건이라 많이 늘어나도 잘 견디고 다양한 상황에 맞춰지기 마련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플라넬 조끼처럼 하나씩 사려 깊게 벗거나 심지어 적절한 때에 한꺼번에 벗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 내키는 대로 옷을 걸치고 편의에 따라 벗어 던지는 사람도 있다. 후자가 요즘 유행하는 가장 멋지고 편리한 처신법이다.

상점은 완전히 버려져 마치 수개월 동안 그래온 것처럼 먼지투성이에다 우중충했다. 녹슨 통자물쇠가 문에 그대로 매달렸고, 색 바랜 블라인드와 커튼 끝자락이 반쯤 열린 위층 창문에 부딪혀 쓸쓸하게 나부꼈고, 창문 아래 닫힌 덧문의 뒤틀린 구멍은 방의 어둠으로 검게 막혀 있었다. 키트가 항상 지켜보던 창문의 유리 일부가 그날 아침 서둘러 짐을 빼는 바람에 깨져 있어 그 방은 어느 때보다 적막하고 우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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