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 인생의 전환기에 새로운 꿈을 찾는 이들에게 선물하기~ 우지연 저자 화제의 에세이

좋은책 찾아~ 2024. 6. 19. 15:27
728x90

공간이 물리적인 환경이라면, 장소는 이 공간에 사람의 정신, 관계, 기억과 경험들이 깊숙이 배어있는 곳, 마음의 풍경이 담긴 곳이다. 우리의 여행지는 내가 그곳을 방문하기 전엔 지도상에 표기된 지역명을 가진 물리적 공간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그곳을 방문해 머물며 내 인생 어떤 시기에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그곳은 어느덧 내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

내게 따스한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란 나의 고향에서 오래도록 바랬으나 얻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곳일지 모른다. 얼마 전까지도 느낄 수 없었던 따스하고 눈부신 빛, 어떤 편견도 없이 미소 지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일지 모른다.

내게 그리운 목소리로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란 아주 오래전, 행복한 기억 속의 장소일지 모른다. 내 맘 깊은 곳에 아직도 그리운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이, 며칠 밤을 새워도 피곤치 않았던 청춘의 열기가, 너무 곱게 사랑했던 누군가와의 시간이 노을처럼 그윽한 빛깔로 물들어 있는 곳일지 모른다.

히브리 속담에 ‘당신이 사는 곳을 바꾸면 당신의 운도 바뀐다’는 말이 있다. 매주 마주하는 장소에 변화를 주면 나의 운명이나 행동도 변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잘 안 가던 동네 카페에 가보는 것, 잘 안 먹던 음식을 시도해 보는 것, 잘 안 읽던 분야의 새로운 책을 읽어보는 것들이 우리에게 신선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먼 이국의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란, 얼마나 신선하고 큰 변화의 시도인가! 혹 나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지도 모를, 얼마나 기대되고 흥미로운 일인가.

우리는 지구의 색다른 면모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눈감고도 걸을 수 있게 익숙한 지질과 지리와 기후, 모든 걸음을 예상할 수 있게 길들여진 땅에서 벗어나 내가 사는 곳과 ‘다른’ 기후와 ‘다른’ 지형의 지구를 만나자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여러 도시를 많이 다니다 보면, 그 안에서 내 마음에 딱 드는 도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음악이든 요리든 정원이든 그림이든 자신의 취향에서 비롯되는 여행들이 쌓여가면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최상으로 존재하는 ‘나의 취향인 도시’들이 보인다. 그 도시의 감성 안에 곧 내가 있다. 딱 나 같은 도시, 딱 나 같은 마을이 있다.

그런데 이 여행을 통해 나는 하나의 원칙을 더 추가했다. 그것은 책장의 한계를 넘어가는 책들에 관한 것이었다. 일 년에 한 번도 펼쳐보지 않는 책들을 그저 쟁여두고 계속 새 책을 사들이고 뿌듯해하는 욕심과 허영을 견제하고자 책장의 한계를 넘어가는 책들을 다른 곳으로 여행시키기로 했다.

이곳에 매료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흙집이었다. 어도비adobe라는 푸에블로 인디언의 진흙 벽돌집에 스페인의 전통 건축양식을 혼합한 것인데, 그 소박함이 한옥의 황토벽 같기도 하여 몹시 친근히 느껴졌다. 차이가 있다면, 작렬하는 미국 남서부의 태양 빛에 달구어진 흙벽의 색과 그 강렬한 빛의 음영으로 느껴지는 흙의 질감이 태양을 고스란히 머금은 흔적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