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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록- 고독해서 죽는 게 아닌 살기 위해 죽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 윤태욱 저자 화제의 신간

좋은책 찾아~ 2024. 7. 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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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를 적은 종이를 찢어버릴 수는 없었나요. 다시 색칠할 기회는 존재하지 않던가요.
이제는 어떤 색으로 칠해야 빛으로 향하는지 알 것 같은데, 그대, 내 손을 잡고 우리 해왔던 반대로만 걸어보는 건 어떤가요? 어둠에서 출발해서 하얀 빛으로 나아가는 법을 당신과의 이별에서 배웠는데, 나는 원색에 불과한걸요.
당신과 섞여야만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걸요. 나, 이렇게 빛이 되는 법을 영영 모른 채 깊은 침묵 속에서 타 들어가야 하나요.
--- p.14

너 없는 세상 속에 살아갈 자신이 없다. 이제야 고백하건대 너의 빈자리는 나의 세상을 한여름에도 얼어붙게 하였다.
이제 추운 겨울 다가올 적에, 낙엽은 떨어지고 사랑마저 실종 했을때, 꽃잎 하나 떨어지지 않고 대롱 매달려 있어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 이야기할 때였다. 이제야 비로소 너있 는 세상에 살 자신이 없어진 나는 오래도록 지운 너의 흔적 위에 희미한 자국을 더듬는다.
--- p.16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이상한 존재. 인간 세상에 결코 어울리지 못하고, 돈도 벌 수 없는, 그런 희한한것. 한번도 세상에 발견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희귀종. 내가 당신 을 보내야만 했던 건, 사랑이 비참함으로 변질되어 곧 상해 버린다는 걸 썩은 진흙처럼 발견했기 때문이다.
--- p.19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 깊은 바다로 침묵하겠다. 영원히 떠오르지 못하게 바위를 등에 묶은 채로 깊은 추억 속으로 가라앉겠다. 침전하는 나를 발견해도 언제까지나 자 신은 스스로를 기억하지 못한다.
불안한 소용돌이에 휩싸인 희생자였다. 오롯이 인간 세 상에 태어나 가장 가슴 아픈 기억들만을 골라 추억해야 했던 슬픔은 언제나 형체를 찾아보기 힘든 무형의 물질이었다. 나는 이름마저 기억하지 못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 이 없는 곳에서 고개를 드는 지렁이처럼 존재를 잃어버린, 너무나도 투명해 안에서 밖이 비치지 않는 유리잔.
그런 내가 상처를 이겨낸 토양 위에서 웃음 짓던 당신을 보내야만 했던 건, 비가 오면 정처없이 땅 위를 떠돌아다니는 지렁이처럼, 수차례 자살시도에도 죽지 못해 절규하던 한 남자의 비참한 생애를 그대에게까지 전가시키고 싶지 않은 책임감이었다. 사랑은 언제나 환각이었다. 두 눈을 감고 기억에서 더듬어야 캄캄한 상자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것.
--- p.19

이 미운 세상에, 모두가 상처 입은 눈으로 상대를 잡아먹기 위해 으르렁거리고 있을 때, 너는 어디에 있어? 어둠에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때,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칠흑같이 외로운 공간에서 조용히 꽃봉오리를 터뜨리곤, 태양 같은 반짝임을 혼자 참아내는 거야? 서럽게 터져 나오는 울음은 가슴으로 겨우 짓눌러서, 눈물로 채워 넣는 거야? 네가 혼자 있는 자리에 이끼나 잡초 같은 무시무시한 것이 너를 더럽히면 어떡할 거야? 너라는 꽃은 언제쯤 눈물 없이 피어오를 수 있을까?
--- p.21

도망가자.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는 한 여인을 물에 빠뜨려 끝까지 죽이려고 바닥 깊숙이 머리를 처박는 건, 신이시여 그건 돈의 잘못입니까. 아니면 사람의 작태입니까.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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