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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현대병’을 앓는 시기가 있다. 쏟아지는 말과 평가, 희미해진 삶의 목표와 망가진 관계로 겪는 괴로움은 슬프게도 보편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가능한 한 멀리 도망쳐보기로 했다. 우주를 건널 수는 없겠지만, 하다못해 세상의 끝까지라도. 자동차에 텐트와 밥솥을 싣고 여객선에 올라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다. 저자는 그렇게 7개월간 35,000km를 혼자 운전해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에 닿았다.
『우주를 건널 수는 없더라도』는 정주민의 삶에서 탈락해 스스로 유목을 선택한 한 인간의 이야기다. 핀란드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숲과 호수에서 저자는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유한다. 육지로 끝없이 철썩이는 파도를 보며 바다의 외로움을 생각하고,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며 엄마의 오래된 꿈을 떠올리는 저자의 다정함은 독자의 마음을 따사로이 물들인다. 아무도 없는 도로를 묵묵히 횡단하는 가운데 시나브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저자의 여정은 마치 순례자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감동을 준다.
저자는 대륙의 끝에 서서 생각한다. 도망치는 것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또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그는 돌아가기로 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머무르는 것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세상 끝까지 도망쳐본 저자의 이야기는 도망치고 싶고, 또 머무르고 싶은 우리에게 독보적인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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