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조든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사체들 사이에 앉았다. 세 시간 전, 보안장관에게 건네받은 리볼버를 재킷에서 꺼냈다. 숨을 길게 내쉬고는 엄지손가락으로 공이치기를 당겼다. 자책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그것보다도 가슴 깊숙이 소용돌이치는 것은 분노였다.
‘나는 그 남자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우리의 고통 따위 알지도 못하는 외부인에게. 선택지는 이것뿐이었다. 딱 하나 남겨진 좁고 험한 길. 그곳으로 신자들을 몰아넣음으로써 나는 신앙을 지킬 수 있었다. 후회는 없다. 짐 조든은 왼쪽 귀 뒤에 총구를 가져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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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야 씨는 탐정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해요.”
리리코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 탐정에게는 원래 수사권이 없어요. 하지만 경찰에 협력하는 형태로 실질적으로 수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죠. 그 점에 대해 조금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해요.”
“그만 좀 하지. 나는 애초에 이런 타입의 탐정이 될 마음은 없었다고.”
“되어버린 이상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아요.”
맞는 말이다. 오토야는 미지근한 맥주를 배 속으로 흘려보내며 뒤틀린 기분을 억눌렀다.
“굳이 그런 말을 하려고 온 거야?”
“아니요. 오토야 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요.” 리리코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내일부터 뉴욕에 가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진중해지라고 말했으면서 그녀 자신은 그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가볍게 행동하는 거 아닌가.
리리코는 오토야 다카시 탐정사무소의 아르바이트생이다. 겉으로는 오토야의 조수지만 실제로는 사무소에서 가장 우수한 탐정인 데다가 도쿄 대학 문학부의 종교학 연구실에 소속된 대학생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뭐 하러 가는데? 생이별한 동생이라도 찾으러 가나?”
리리코는 순간 할 말을 고르듯 침묵한 후에 입을 열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미국 종교학회 세미나가 열리는데, 그곳에 도로시 마틴이 이끄는 종교 그룹의 현재 상황에 관한 보고를 들으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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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묘한 사실을 깨달았다. 신발장 위에 있을 리가 없는 물건이 보인 것이다.
조셉은 창문의 자물쇠를 열고 열린 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섰다. 피터도 뒤를 따랐다. 옷장 안이나 침대 밑을 살펴봤지만 범인의 모습은 없었다. 문이나 창문을 건드린 흔적도 없었다.
“누군가가 이 남자를 찌르고, 문을 잠그고 나갔다. 그런 말이 되겠지?”
조셉이 사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깐만요.” 피터는 신발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해요.”
조셉이 수상쩍은 듯 피터를 노려봤다. 피터의 시선을 따라 신발장을 바라보더니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곳에는 있을 리가 없는 열쇠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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