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현은 ‘부담’이라는 단어가 더욱 크게 들렸다. ‘혹시 오빠도? 몇 번 만나지도 않고 오빠한테 푹 빠져서 애타하는 내 마음이 부담스러운 걸까? 오빠가 내 마음을 못 느끼지 않았을 거니까. 나 자신도 감당이 되지 않는 내 마음이 당연히 겉으로 다 배어 나왔을 테니 진작 알아채고 날 부담스러워했겠지. 내 마음의 무게가 나조차도 감당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오빠가 감당하겠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고 부담으로 느낀다면 이거야 말로 진짜 끝 아닌가. 부담스러운 감정이란 굉장히 무서운 건데….’
---「08」중에서
“언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야?”
“내 말이. 힘들다. 힘들어.”
“아, 언니 매일이 주말이면 좋겠어. 아니다. 최대한 대충 살고 싶다. 건물이나 관리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어. 그럼 매일 행복할 텐데. 너무 불행해! 특히 일요일 저녁은! 10년 뒤에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일하고 주말만 기다리고? 마흔 살인데? 설마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그러게. 평생은 모르겠고 카페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언뜻 들어보면 10년 뒤에도 이렇게 살고 있을 거 같은데.”
“으악! 난 싫어.”
이야기의 예열을 하려고 하니 사장님이 숯불에 먹태를 바싹하게 구워서 가져다주었다. 먹태는 맛있는 안주가 되어 두 사람의 마음을 더욱 열게 해주었다.
---「09」중에서
은솔은 하늘에 소원을 빈 적이 있다.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 주는 너의 손을 나는 차마 놓지 못하니, 네가 내 손을 놓고 멀리멀리 가버리기를….”
결국 은솔이 원하는 대로 헤어졌다. 이번에는 하늘에 다시 한번 간절히 빌었다.
“다시 내 손을 잡아주기를, 다시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 주기를, 그때 그 모습으로 나를 사랑해 주기를, 또 한 번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기를….”
---「18」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