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평론 활동을 해오며 지역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문단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 왔다. 또한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문화학부 교수로서 책과 글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만나왔으며, 수년간 지역의 시민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강단 안팎을 넘나드는 인문학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문학과 인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읽기 차원에서의 문학을 넘어 어떻게 하면 문학적인 삶을 살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더 나아가 저자는 일상 속 크고 작은 문제로부터 시작해 사회적 편견, 차별, 갈등, 사회문제 등을 문학과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박약한 세상의 틈새에서 온기를 발견하고자 하는 문화적 분투이다.
〈함께 부서질 그대가 있다면〉은 척박한 대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수성(sensibility)’의 힘을 강조하고 있는 인문에세이이다. 저자는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이 우리 삶의 억압적 감성 구조를 변화시키는 실천적 방법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많은 이들이 문학을 잘 아는 것보다 ‘문학적인 삶’에 더 가까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이며, 그간 연재한 글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낸다.
ㆍ 박약한 세상의 틈새에서 솟아오르는 감수성
척박한 삶의 대지에 온기를 부여하는 마음의 인문학
마음의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차가운 지식’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삶/ 관계를 새롭게 정초하는 ‘따뜻한 교류(bridge)’의 가능성이다. 이 책에서는 시, 소설, 전기, 연극, 번역, 비평을 비롯해 영화, TV 드라마와 예능, 만화와 웹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 예술 장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감수성의 영역과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1부 〈감수성,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2부 〈브릿지, 단절된 역사/ 일상을 연결하는 힘〉, 3부 〈공통성, 부서진 폐허를 복구하는 마음(들)〉, 4부 〈시네마, 세계를 변혁하는 사유의 텍스트〉에 수록된 글은 그러한 고민의 연대기이다.
1부, 2부, 3부에 수록된 글은 부산의 전통 있는 일간지 국제신문에 연재한 인문학칼럼이다. 2014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횟수로 6년간 쓴 글이다. 4부에 실은 글은 부산영상위원회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영화부산에 ‘문학평론가 박형준의 영화인문학’이라는 코너 등에 발표한 칼럼을 묶은 글이다. 1부부터 4부까지 각각 11편의 글을 보완하여 배치하고, 각 부의 마지막에 보유(補遺)에 해당하는 칼럼을 수록해 12편씩 균형을 맞추었다.
“원고를 정리하다 보니, 대부분 부산에서 발간되는 매체에 발표한 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地域)의 지면(誌面) 위에서 사람의 흔적과 역사를 발견할 수 있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배움의 계기가 되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읽고 배운 것을 나누며, ‘마음의 고고학자’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꿈을 꾸어본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라며 늘 그러한 길로 인도해주는 그대, 부족한 필자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그대, 언제나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부서져 갈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 책을, 이 작은 마음을 바친다.” - 서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