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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에 가기로 했다- 정재형, 루시드폴, 김정범, 최다은 추천!~ 국내최초, 국내유일 뉴올리언스 여행서~ 여행 추천서

좋은책 찾아~ 2024. 4. 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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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연 시작! 숨죽인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까. 앰프도 마이크도 없는 공연장은 처음이다. 보통 작게라도 마이크를 쓰기 마련 아닌가, 하며 의아하게 느꼈다. 사람들 사이로 소리가 흩어져버리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소리는 상당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한 음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 잘 듣고 싶어서 두 손을 모으고 더욱 숨소리를 낮췄다. 그러자 맞잡은 내 손에 따스한 온기가 가득 차고 마음이 들썩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벅참이었다. 행복하다는 단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느낀 기분이었다.
--- p.54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객석이 어느새 가득 찼고, 몇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우리는 진부한 노랫말처럼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해 문을 나섰다. 며칠이 지난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길지 않은 여행 일정 중에 한 번 더 들렀고, 그때는 맨 앞자리를 당당히 차지해 피아니스트(이번엔 다른 연주자)가 내뿜는 시가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
--- p.67

프렌치 쿼터에 도착했다는 건 버스 안내 방송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창문 너머로 여기저기서 라이브 음악이 들려온다. 블록마다 거리 공연이 있고, 가게 안에서도 공연을 하고, 말 그대로 곳곳에서 공연이 열린다. 재즈의 고장이란 이런 거구나! 나 역시 음악 소리에 마음이 잔뜩 흥분되었다.
--- p.91

만약 세계 튀김 경진대회가 있다면 나는 뉴올리언스 튀김에 1등을 줄 것이다. 그러니 물론 굴튀김을 가득 넣은 오이스터 포보이는 맛있을 수밖에 없고, 뉴올리언스 맥주 중 쌉싸름하면서도 보리차 같은 구수한 풍미가 일품인 앰버 맥주와 함께할 때 가장 궁합이 좋았다.
--- p.145

워낙 맥주 자체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뉴올리언스는 천국이었다.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뉴올리언스가 맥주가 발달한 도시인 줄은 전혀 몰랐지만. 칵테일이 발달한 도시라는 건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금세 알 수 있었는데 왜 아무도 맥주가 맛있다고는 알려주지 않은 걸까, 궁금했다. 너무 당연히 맛있어서 말하지 않았던 걸까?
--- p.195

포크너가 머리를 쥐어뜯으며(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확신할 수 있다!) 한 자 한 자 글을 써내려간 작업실이자 집이던 이곳은 1988년 서점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 p.234

오그던 미술관의 소장품은 미술계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은 듯하다. 세계대전 전후 미국을 거세게 강타한 추상 표현주의도, 맥락을 모르면 해석이 어려운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도 여기에서는 보기 힘들다. 다만 캔버스 위에 기름과 안료로 기록된, 보통 사람의 얼굴과 그들이 디디고 선 땅이 있었다. 보석으로 치장한 왕비의 초상 대신, 합판으로 만든 책상에 몸을 기대고 책을 읽는 중년 여자의 초상을 보았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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