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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시리즈 6편은 『포도대장 장지항과 의도 일지매』이다. ‘일지매’는 홍길동과 더불어 조선의 대표적인 도둑 캐릭터 중 하나인데, 백성을 착취하여 부정하게 부를 축적한 이들만 노리고, 훔친 재물을 모두 가난한 자에게 분배한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뛰어난 도둑에게는 그에 걸맞은 맞수가 필요한 법. 일지매의 라이벌로 짝지어진 대상은 포도청의 총책임자인 포도대장이다. 일지매의 인기를 증명하듯 일지매에 관련된 이야기는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일지매의 맞수라 할 만하지!”라며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인물, 일지매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을 찾아내려다 보니 포도대장 역할은 여러 번 바뀌게 된다.
이번 딱지 시리즈 6편의 원본인 1929년 대성서림에서 나온 『포도대장 장지항과 의도 일지매 실긔(捕盜大將張志恒과義盜一枝梅實記)』에서 포도대장 역할을 맡은 이는 장지항이다. 그는 뛰어난 자질을 바탕으로 전라좌도수군절도사부터 시작해 말년에는 형조판서에 올랐으며, 영·정조대에 걸쳐 포도대장을 지낸 실존 인물이다.
장지항과 일지매의 만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실력자와 대중이 희구하는 의적형 캐릭터 간의 대결이며, 그들은 각각 법으로 구현되는 정의와 이러한 법이 미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보여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장지항과 일지매를 나란히 두는 구도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두 가지 방식의 해결책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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