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일상을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힐링이 무엇일까? 동공을 모아서 베란다 너머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그때 베란다의 식물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위로받고 싶으세요? 우리와 함께해요.” 식물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 순간 괜스레 눈가가 촉촉해 짐을 느낍니다. “그래. 너희들이 있었지? 바로 옆에 있었구나.” 베란다 문을 열었습니다. 풋풋한 초록 내음이 훅 스칩니다.
10여 년 전부터 가꾸어 오던 베란다 화단입니다.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그린인테리어 정도로만 생각하고 키웠는데, 벌써 식물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식물들을 보살피기 위해 식물 관련 책을 찾아보고 더 깊이 공부했습니다. 식물을 먼저 키워본 분들의 조언을 기록하고 블로그 포스팅을 했지요. 식물 과정 수업을 들었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식물을 대하는 무료 체험교육도 했습니다.
베란다 정원에서의 아침은 참으로 싱싱합니다. 진한 커피 한잔에 식물과 나누는 대화는 무한한 기쁨을 줍니다. 식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주어야 좋아하는지 오래전 아이 키울 때의 기억과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무시로 우울함이 몰려올 때쯤 베란다 정원에서 각양각색 식물을 하나씩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새로워집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고 낙엽을 정리해 주는 일이 고작인 것 같은데, 식물이 주는 마음의 위안으로 365일을 살아갑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 식물이라는 키워드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작지만, 소박한 나만의 정원을 갖고 싶은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 키우기를 시도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고, 화분 한두 개 키우다가 초록별로 보내고 다시는 식물을 들여놓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가드너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고 싶습니다.
이 책은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300여 개의 식물을 키우며 행복했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식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했던 순간과 식물을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는 나름의 노하우도 담았습니다. 베란다 정원, 거실 정원의 생활이 참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0대 후반이 되어서야 식물을 키우며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점점 삶이 심드렁해지고 가슴 안쪽으로 파고드는 쪼그라든 심장에 한 가닥 위로가 되는 초록 식물들이 있어 당당히 어깨를 펴 봅니다. 그래서 선택한 ‘베란다 가드너’의 길입니다. 아이들과 호흡하던 교사보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 SNS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사업가보다 베란다 정원 가드너인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작은 숲을 이룬 베란다 정원에서 느꼈던 즐거움과 위로와 여유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