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혈통>은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프린세스 바리>의 작가, 박정윤의 장편소설이다. 하프, 쿼터로 표현되는 혼혈의 혈통을 가지고 태어나 이방인이 아닌 이방인이 되어버린 주인공과 전쟁으로 강제 이주한 주인공의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또 그 어머니와 어머니까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4대에 걸친 잔혹하리만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필례와 수니, 그리고 라라와 유리. 이들은 누군가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혈통, '마녀의 혈통'을 지닌 자들이다. 그러나 그 운명적인 사랑은 낭만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둡고 차가운 바다 위의 배 안에서, 이국적인 외모에 손가락질 당하며 차별받는 사회에서, 사회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은 곧 운명에 얽힌 저주로 다가와 4대에 걸친 '마녀'라 불리는 여성들을 괴롭힌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운명에 얽힌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피할 수 없는 마녀의 혈통을 지닌 삶이기 때문에.
‘나’, 유리 진이 사는 그곳을 사람들은 ‘기도원’이라 불렀다. ‘나’ 유리 진은 두 노인 ”필례“, ”수니“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속, 그곳에서 유리 진은 할머니들에게 혈통의 운명에 관해 듣게 된다. 우리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될 마녀의 혈통, 언젠가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오게 된다는 것.
필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는 낯선 여인을 만나게 된다. 흰 양산 아래에서 치렁치렁 흔들리는 여자의 블론드 머리카락, 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백색 피부, 투명하고 푸른 눈동자.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나’의 엄마인 ”라라“이다. 몇 년 동안 나를 보러 오지 않다가 갑작스레 찾아온 엄마에게서는 지독한 향수 냄새가 났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기도원을 나와 도시의 낯선 집으로 향한다. 기도원에서 살아갔던 때와 완전히 다른 삶. 처음 가보는 학교, 처음 와보는 도시, 엄마를 애인으로 부르는 공장주, 처음 하는 아르바이트,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낯선 눈길. 엄마는 ‘나’를 단순히 자신의 혈육이라 데려온 게 아니었다. 유리 진은 냉혹하리 만큼 차가운 현실의 운명과 마주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