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타파는 어릴 때부터 노장 타흐신 선장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다. 선장이 연로해서 일을 그만두게 되자 무스타파는, 낡았지만 멋지고 선미에 모터까지 달린 작은 고깃배를 할부로 인수했다. 그는 고기잡이하면서 그 돈을 갚아나갔다. 낡고 손잡이가 검게 변한 노와 방향타 손잡이, 낚싯줄 자국이 파여있는 배의 난간, 모터가 돌아가면 덜덜거리며 떠는 어창 덮개에는 30년 세월이 남아있었다. 옛 선장이 남긴 흔적 위에 그의 흔적이 그렇게 덧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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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들과 함께 바다로 나갔다가 아들을 바다에 두고 혼자 돌아온 뒤로 무스타파는 산송장이 되었다. 아내는 아들 소식에 밤새 오열하면서 바다로 함께 내보냈던 걸 후회했고, 그 이후로 둘 사이에 대화도 사라졌다. “바다가 데니즈를 데려간 거야!” 어느 날 밤, 무스타파는 딱 한 번 충혈된 눈으로 아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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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붉은색 구명환과 비슷하게 생긴 뭔가를 밀면서 배 옆으로까지 왔다. 그 순간 무스타파는 깜짝 놀랐다. 아주 작은 고무보트 속에 갓난아기가 있었다. 아기는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은 보랏빛이었고 움직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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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휴세인이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 안달 나 있었다. “에에에 아-아-아기 아-아이-아이-아일란”이라고 말을 더듬자─아마도 휴세인은 모두를 슬픔에 빠트렸던 규뮤쉬륙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아기 아일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모양이었다─참다못한 아이쿳이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 “아기 시신이 떠내려온 거 말하는 거잖아.” 말더듬이 휴세인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아이쿳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라크를 한 모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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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동안 무스타파는 한 차례 잠에서 깼다.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바라보았다. 작고 굴곡진 아기 입술을 보고 또 봤다. ‘아니, 못 줘. 무슨 일이 있어도 안 줄 거야.’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아기는 아빠 돌고래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인간들도 돌고래만큼이나 선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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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수데 자신도 ‘데니즈, 데니즈.’라며 울부짖을 때 그랬었다. 사실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울부짖는 중이었다.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순간, 메수데는 난민 여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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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사람들도 안됐지만, 어떻게 해. 이스탄불에서 우리가 고무보트를 사 오거든. 그게 7∼8천 불 정도 해. 물론 다른 비용도 있지. 정부에서는 모든 걸 보고만 있어.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려한다니까. 그래서 우리는 모든 준비를 다 해놓지. 그러다 느닷없이 새로운 정책이 나와. 금지라는 거야, 이동금지.” 그는 마치 경제 위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기업인처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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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메수데 바로 옆에 있었다. 바로 저기에. 손을 뻗으면 닿을 텐데. 하지만 아기를 만질 수는 없었다. 그 순간만은 데니즈가 아니라 싸미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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