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어릴 때부터 일기쓰는 걸 좋아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초등학생 시절 방학숙제로 했던 ‘생활 일기쓰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때 친구들은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부터 밀려있던 일기를 한꺼번에 쓰느라 정신없었지만, 나는 매일같이자기 전에 연필을 들고 최소한 다섯줄이라도 썼다. 내가 일기를 매일 썼던 이유는 매우 독특했다. 다름 아닌 학용품 때문이었다. 종이 질감과 펜이 써지는 감촉이 참 좋았다. 게다가 거기에서 나는 냄새가 신기 하리만큼 향기로웠다.
지금도 나는 해외에 다녀올 적마다 도시에서 가장 큰 서점에서 공책과 펜을 하나씩 산다. 그리고 여기에 1주일에 3일 이상은 하루를 되돌아보며 펜으로 써내려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에 들기 전까지,정신이 깨어있는 동안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등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록한다. 가끔은 잔상이 짙게 남은 꿈을 꾼다든지, 멍하니 시간을 때우다가 상상의 나래가 펼친 내용도 적는다.
어느날 쌓여있는 책들 사이에 일기장을 꺼내 다시 읽어봤다. 프랑스에서 살았던 시간들이 적혀 있었다. 엑상프로방스에서 약 오년 간(2017.8.18~2022.5.29) 살면서 쓴 일기장이 무려 여섯 권이었다. 요즘 나는 일년에 한권 정도 쓰는 셈인데 여섯 권이면 꽤나 많은 시간을 썼다는 의미다. 하긴, 프랑스어 코스를 마치고 연구대학에 입학했을 때 이미 나는 세 권이나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교수님이 동기들과 친해지라고 자기자랑 시간을 마련했을 때 나는 일기장을 들고 나타났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