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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지은밥- 진정한 ‘음식’이 전해주는 정과 따뜻한 온기~ 유림 작가 화제의 에세이 신간

좋은책 찾아~ 2024. 12. 2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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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은 그 어떤 뷔페도 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다(당시 제일 맛있고 비싼 식당은 뷔페라 여겼다). 치켜세우며 게걸스레 먹어대는 우리의 속도에 아저씨는 새로운 요리 준비로 분주했다.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메뉴는 홍합탕과 오징어볶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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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초입의 닭강정집. 학창시절 알바비나 용돈을 받는 날이면 친구들과 한푼 두푼 모아 갔던 곳이다. 양배추 샐러드 두어 번 집어 먹고 나면 금세 접시에 수북이 올려진 닭강정이 테이블로 배달된다. 큼지막한 조각을 냉큼 집어 붉고 진득한 소스에 콕 찍어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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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터 고깃집에 가는 것이 꺼려졌다. 숯불이며 고기 냄새가 몸에 베이는 것이 신경 쓰였다. 사실 그보다는 언젠가부터 고기보다 소주를 더 많이 들이키는, 그리곤 목청이 한껏 높아져 옛날_소위 잘나가던 시절_이야기들을 꺼내는 아빠의 모습이 마냥 부끄러웠다. 더는 아빠의 월급날도 돼지갈비도 기다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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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줄 알았던 우리의 관계는 겹겹의 시간속에 쌓인 오해들로 균열이 생겼고, 각기 다른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수년의 침묵을 깨고 다시 마주하였지만 그리움과 서운함이 뒤엉킨 마음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결국 갈매기처럼 날개를 펼쳐 유유히 내 곁을 떠나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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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활에 과일은 사치이기도 했거니와 간혹 누가 사준다 해도 냉장고에서 방치되다가 버려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수박이나 멜론, 참 외처럼 껍질을 벗겨내고 먹어야 하는 것들은 손에 묻는 끈적함이 불쾌했고, 무엇보다 음식쓰레기 처리가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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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찌개 선물.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해본 사람 들은 알 것이다. 그 안에 어떠한 것이 담겼는지, 그 특별한 비법재료를 말이다. 메뉴에 없는 메뉴는 ‘감동의 맛’ 그 자체였다.
---p.138

이토록 분식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렴한 가격? 불량스러운 맛? 아마도 분식에는 양식이나 중식 또는 일식에는 없는 특별한 것이 가미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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