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건넨 수 만 가지의 단어와 문장들이 당신에게 닿지 못하고 그녀의 자리로 돌아와 발밑에 쌓인다. 온통 당신으로 뒤덮인다. 머리끝까지 잠겨도 좋을 당신은 어디쯤에 있을까. 〈김앵두_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중에서, 23p〉 랑이 영원히 반복될 진부한 클리셰가 된다고 하여도, 그 단어 하나로 우리는 여전히 길이를 재고, 부피를 측정하며 삶을 건축하며, 또 모른 척 기대하는 날들이 많을 테니 내성이 생겨 버릴 것 같아서 피해 버린다는 핑계는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H_ ‘미처 끝내지 못한 것들과 미처 시작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미처 잊지 못한 것들’ 중에서, 120p〉 당신의 편지를 달빛 아래 받쳐 들고 ‘나는 못난 사람이니 이렇게 될 건 당연한 일이었어’라고 생각하는 어느 밤. 생각이 점점 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