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기사야마의 일상은 평범하고 행복했다. 확고한 사회적 지위에 올랐고,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두 딸은 보기만 해도 기특하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건 단 하나의 균열임을. 문득 주변을 둘러볼 때마다 그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씩 일그러져간다. 주위를 맴도는 수상한 사람들, 아귀가 맞지 않는 일상, 충격적인 폭발 사고, 이상해진 건 세상일까, 그일까?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의문의 약을 손에 쥔 그날, 그도 이 세계도 이미 무너지고 있었으므로.